화이불치재는 100여 가구가 모여 사는 단독주택 마을의 중앙에 위치한다. 북쪽으로 마을 내부 도로와 맞닿아 있고 햇빛이 잘 드는 다각형의 대지의 특징을 충분히 활용하여 60대 부부를 위한 단층의 주택을 만드는 것이 과제였다.
코너 땅에 위치한 건물로 마을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건물을 도로에서 이격하여 조경을 식재하였고, 커다란 오프닝을 두어 진입동선이자 바람길로 계획하였다. 진입부는 개방적이면서도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도록 하였고 밀도가 높은 마을에서 집이 들여다 보이지 않게 고려했다. 대신에 집 안 어디서든 하늘이 보이고 주변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생활이 익숙한 한국 주택문화에서 '현관'은 외부에서 들어와 신을 벗고 생활공간으로 진입하는 유일한 통로가 되며 이는 외부와의 단절을 의미한다. 화이불치재는 이러한 현관 중심의 동선에서 벗어나 집 안팎을 드나들 수 있는 다양한 동선을 마련했다. 도로에서 집으로 들어가는 작은 길을 거치면 담장을 지나 마당으로 갈 수도, 편의와 보안을 위해 만든 실내의 현관으로 갈 수도 있다. 마당에서는 각 실과 연결되는 문과 창이 있어 단순한 배치에서도 순환되는 동선을 의도했다. 대문을 지나면 부엌으로, 식탁으로, 거실로, 안방으로, 외부 창고로 이어지며 마당은 자연스럽게 동선의 중심이자 생활의 중심이 되며 하나의 실이 된다. 그리고 이 모든 동선은 단차 없이 계획되어 편리하게 오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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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로 나가는 많은 오프닝과 큰 창이 있지만 그럼에도 화이불치재는 저에너지 하우스이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연간 기온차가 60도를 넘는 한국에서 주택은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패시브하우스의 기준에 부합하는 단열 설계를 하였다. 또한 건축주의 의뢰에 따라 화이불치재의 모든 에너지원은 전기를 사용하며, 지붕 위에 있는 태양광 9kw 태양광 시설로 2인이 생활하는 전기를 충당한다. 과도한 여름철 일사를 막기 위해 콘크리트 처마를 계획하였고, 복사열 차단을 위해 외부 블라인드를 설치했다. 외부 블라인드는 설치 박스가 노출되기 마련인데, 두꺼운 단열재 사이에 열교 없이 외부 블라인드를 매립하였다.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고, 검소하나 누추하지 않다는 ‘검이불루 화이불치 (儉而不陋 華而不侈)’ 에서 따온 건축주의 작명에 맞게 집의 실내외 재료는 군더더기 없고 재료 본연의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우드, 콘크리트 등의 재료를 주로 사용하였다. 단차가 없는 단층 주택이 단조롭지 않도록 실내공간을 높은 층고와 고창을 계획하여 다양한 공간감을 주었고, 건물 가장 안쪽에 위치한 안방은 층고를 낮추고 한지 벽지를 사용하여 개방감보다는 아늑한 공간을 계획하였다.